항암 중 체중감소 식욕부진, 암 악액질일까? 한약 치료가 도움 되는 이유 [부천 상동서울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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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천 상동서울한방병원 병원장 박성희입니다.

진료실에서 항암 치료 중인 환자분을 만나면 저는 검사 수치보다 먼저 물어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 체중이 얼마나 빠지셨어요?” 입니다.

왜냐하면, 항암, 즉 암과의 싸움은 체중과의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밥을 잘 먹고, 체중과 근력을 잘 지키는 분과, 한달 만에 체중이 5kg이나 빠져서 앉아 있기도 힘든 분은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경과가 다릅니다.

오늘은 항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체중감소, 식욕부진, 그리고 암 악액질(cachexia)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한방 병원에서 하는 한약 치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항암 치료 중 체중이 빠지는 세 가지 경로

“입맛이 없어서 살이 빠졌다”는 한 문장 안에는 사실 서로 다른 세 가지 문제가 섞여 있습니다. 이 셋은 겹치기도 하고 또 다르기도 합니다. 천천히 쉽게 설명해볼께요.

1) 못 먹어서 빠지는 경우 : 식욕의 문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로 입안이 헐고,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고(미각 변화),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려 식사량 자체가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입맛이 없고 깔깔하죠. 이는 가장 흔하고, 되돌리기 쉬운 유형입니다.

2) 소화기가 힘들어서 빠지는 경우 (오심·구토·조기 포만감)

먹을 의지는 있는데 위장이 받아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조기 포만감), 명치가 답답하고, 먹고 나면 토할 것 같은 상태가 이어집니다. 구역감도 있죠. 위 배출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먹어도 빠지는 경우 (대사 이상 = 암 악액질)

가장 까다로운 유형입니다. 칼로리를 채워 넣어도 체중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몸이 스스로 근육과 지방을 분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악액질이라고 부릅니다.

보통은 이 세 가지가 겹쳐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영양제 맞고 잘 챙겨 드세요”라는 조언만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항암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체중이 많이 빠진 한 환자의 모습.
식욕문제, 소화기문제, 대사의 문제 세가지 경로로 체중이 빠지게 됩니다.

내 체중감소는 그냥 살이 빠진 걸까, 악액질일까

악액질은 느낌이나 인상이 아니라 기준이 있는 상태입니다. 2011년 유럽 완화의료 연구 컨소시엄(EPCRC)이 발표하고 현재 국제 표준으로 쓰이는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6개월 이내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경우
  • BMI 20 미만이면서 체중이 2% 이상 감소한 경우
  • 근감소증이 있으면서 체중이 2% 이상 감소한 경우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서 경구 섭취가 부족하고 전신 염증이 동반되면 악액질로 봅니다. 60kg이던 분이 반년 사이 57kg이 되었다면 이미 기준에 들어옵니다. “3kg쯤이야” 하고 넘길 숫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악액질은 세 단계로 나뉩니다

단계상태관리 포인트
전(前)악액질체중감소 5% 미만, 식욕부진과 대사 변화가 시작됨개입 효과가 가장 좋은 시기
악액질위 진단 기준에 해당, 섭취 부족과 전신 염증 동반적극적 영양·증상 관리 필요
불응성 악액질이화작용이 심해 체중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증상 완화와 삶의 질 중심

제가 이 표를 굳이 보여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악액질은 늦게 손을 댈수록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체중이 본격적으로 빠진 뒤가 아니라, 입맛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기에 관리를 시작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왜 먹어도 살이 안 찌나 – 염증이라는 범인

체중 유지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먹는 칼로리와 쓰는 칼로리가 같으면 체중은 유지됩니다. 그런데 악액질은 이 공식이 깨진 상태입니다.

암 조직 주변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등)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몸은 이 염증에 대응하느라 에너지를 계속 태우고, 그 연료로 근육 단백질과 지방을 끌어다 씁니다. 실제로 악액질 환자의 혈중 IL-6 수치는 높은 편입니다. 쉽게 말해 몸속에서 보일러가 헛돌고 있는 상태입니다. 장작을 아무리 넣어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는 것이죠.

단순한 굶주림과 악액질이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입니다. 굶주림은 먹으면 회복되지만, 악액질은 먹여도 근육이 계속 빠집니다. 그래서 악액질은 소화기암 환자의 상당수에서 동반되고, 암 환자 사망 원인의 10~20%를 직접적으로 차지한다고 보고될 만큼 예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참고 – ‘악액질’이라는 낯선 단어의 유래

악액질은 나쁠 악(惡), 액체 액(液), 체질 질(質)을 합친 단어입니다. 영어 cachexia의 번역어인데, 정작 라틴어 cachexia에는 ‘액체’라는 뜻이 없습니다. 그냥 ‘나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그럼 왜 ‘액(液)’ 자가 들어갔을까요. 히포크라테스 이래 고대 그리스·로마 의학은 체액병리설을 따랐습니다. 인체는 혈액·점액·황담즙·흑담즙 네 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균형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고 본 것이죠.

그래서 cachexia는 ‘체액이 나빠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고, 일본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나쁜 액체의 병’, 즉 악액질이 되었습니다. 단어의 뿌리를 보면 이 병이 단순한 쇠약이 아니라 전신 대사가 무너진 상태를 가리킨다는 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암 악액질 환자가 힘겹게 밥을 먹고 있는 모습
암 악액질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염증입니다.

현대 의학의 치료 옵션과 그 한계

악액질 치료가 어렵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악액질을 확실하게 되돌리는 치료제도, 조기 진단을 위한 확립된 바이오마커도 없습니다.

  • 영양수액 – 근육을 늘리거나 열량을 저장하는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수액으로 늘어난 체중은 부종인 경우가 많습니다.
  • 스테로이드 – 단기적으로 식욕과 컨디션을 올리지만, 장기 투여 시 면역 저하와 감염 위험, 부종 등의 문제가 있어 제한적으로만 사용합니다.
  •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 국내에서 암·AIDS 환자의 식욕부진과 악액질에 허가된 대표적인 식욕촉진제입니다. 다만 장기 투여 시 혈당 상승, 부신기능 저하, 혈전 위험 등이 알려져 있어 기간과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표준 치료는 분명 존재하지만 “식욕을 살리면서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약 치료가 들어갈 여지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한약은 원래 ‘식욕’과 ‘체중’에 진심인 의학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한약을 꺼리는 가장 흔한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한약 먹으면 살찔까 봐”입니다.

저는 이 오해가 한약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못 먹고 마르는 사람’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를 연구해 온 의학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그 작용 기전도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그렐린(ghrelin)입니다.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어 식욕을 일으키고 위장 운동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데, 항암제(특히 시스플라틴)를 쓰면 그렐린 분비가 억제되면서 식욕이 뚝 떨어집니다. 여기에 작용하는 한약 처방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암 악액질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주요한 약재인 인삼
식욕, 면역력과 관련이 가장 깊은 한약재를 하나만 꼽으라면 인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자주 쓰는 대표 처방 네 가지

살을 빼는 핵심 약재가 마황이라면, 기력과 체중을 끌어올리는 핵심 약재는 인삼입니다. 그래서 식욕을 올리는 처방군은 대부분 인삼이 들어간 보약 계통입니다.

인삼이 들어간 보약 계통의 한약들 중에서도, 같은 ‘식욕부진’이라도 환자분마다 처방이 달라집니다.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가 핵심입니다.

육군자탕 – 식욕과 위장 기능에 집중

속이 더부룩하고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며 메스꺼움이 있는 분께 씁니다. 육군자탕은 그렐린 신호를 강화하는 작용이 비교적 잘 연구된 처방입니다.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차 설계 연구에서는 육군자탕을 함께 복용한 기간에 시스플라틴으로 인한 혈중 아실 그렐린 농도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고, 식도암 환자 연구에서도 식사량과 그렐린 수치 개선이 보고되었습니다. 진행성 폐암 환자에서 항구토제 단독보다 육군자탕을 병용했을 때 식욕부진과 구토가 더 줄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항암 치료의 비교적 초기에 식욕 부진이 발생할 경우 육군자탕을 퍼스트 초이스로 선택합니다. 약 자체가 순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부작용이 거의 없고 고령자들이 복용하기 편리합니다.

보중익기탕 – 기력 저하와 면역에 집중

말할 기운도 없고, 몸이 늘어지고, 감염이 잦은 분께 씁니다. 국내에서도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폐암 환자의 식욕부진을 대상으로 보중익기탕을 6주간 투여한 단일군 임상시험이 진행되었고, 식욕부진/악액질 평가척도(FAACT)를 지표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충남대 연구팀이 보중익기탕이 T세포·NK세포·대식세포 등 면역세포 간 신호 네트워크를 조절한다는 기전을 밝혀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고, 현재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임상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인삼양영탕 – 근육량과 전신 쇠약에 집중

체중과 함께 근육이 눈에 띄게 빠지고, 빈혈·불면·불안까지 겹친 분께 씁니다. 암을 이식한 동물 모델 연구에서 인삼양영탕은 골격근 기능 저하를 완화하고 근육 단백질 대사 지표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상하부의 식욕 관련 신경 경로에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어, 근감소증과 노쇠(frailty) 영역에서 특히 주목받는 처방입니다.

암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령 환자의 근감소증에는 일차적으로 인삼양영탕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십전대보탕 – 기허와 혈허가 함께 있을 때

기운도 없고 혈색도 없는, 이른바 기혈양허 상태에 씁니다. 오랜 항암 치료로 전반적인 회복력이 떨어진 분께 기본 뼈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환자분의 상태에 따라 약재를 가감합니다. 구역감이 심하면 소화기 약재를, 밤에 못 주무시면 안신 약재를, 손발이 차면 온리 약재를 더하는 식입니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처방이 같지 않다는 점이 한약 치료의 핵심입니다.

육군자탕과 비교했을 때 십전대보탕은 혈을 보하는 작용이 조금 더 강합니다. 즉 몸에 물질적인 보충을 직접적으로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식욕도 돋구면서 살도 찌울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보약이 십전대보탕 입니다.

암 악액질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주요한 약재인 인삼
육군자탕, 보중익기탕, 인삼양영탕, 십전대보탕 등 식욕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한약 처방들이 있습니다.

항암 치료와 한약을 같이 해도 괜찮을까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한약은 항암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표준 치료를 받으시면서 체력과 식욕을 지키기 위한 보조 요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 복용 사실은 주치의와 공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항암제 종류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인터넷 정보를 보고 임의로 약재를 구해 달여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함께 하시면 좋은 세 가지

한약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늘 함께 당부드리는 내용입니다.

1)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기세요

암 치료 중에는 단백질 요구량이 늘어납니다. 국내 자료에서는 대체로 체중 1kg당 하루 1.2~1.5g 수준을 권합니다. 체중 60kg이라면 하루 72~90g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라 의식하지 않으면 절대 채워지지 않습니다.

2) 한 끼를 늘리지 말고, 끼니 수를 늘리세요

조기 포만감이 있는 분께 “많이 드세요”는 고문에 가깝습니다. 하루 세 끼를 다섯~여섯 번으로 나누고, 적은 양에 열량을 농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우유 한 잔에 견과류와 바나나를 갈아 넣는 식으로요.

3) 가볍게라도 근육을 쓰세요

악액질에서 빠지는 것은 결국 근육입니다. 누워만 계시면 영양을 넣어도 근육으로 가지 않습니다. 앉았다 일어서기, 실내 걷기 정도라도 좋으니 매일 몸을 쓰시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치료 일정과 혈액 수치에 따라 강도 조절이 필요하니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마무리하며

항암 치료 중의 체중감소와 식욕부진은 “치료받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넘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증상은 삶의 질뿐 아니라 치료 완주 여부와 예후에까지 영향을 주는 문제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증상입니다.

한약 치료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식욕과 체중, 근육이라는 영역은 한의학이 오랫동안 가장 공들여 온 분야이고, 최근에는 그 근거도 하나씩 쌓이고 있습니다. 표준 항암 치료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로 충분히 고려해 보실 만합니다.

부천 상동서울한방병원에서는 항암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치신 분들의 체력·식욕·체중 관리를 위한 한방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겪고 계신 증상이 어느 단계인지 궁금하시다면 편하게 상담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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