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천 상동 서울한방병원 병원장 박성희입니다. 오늘은 참 쉽지 않은 병, 파킨슨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파킨슨병을 완치시킬 기적적인 치료법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증상의 악화를 늦추고, 약물 복용의 효과를 높이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은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드릴 말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커피를 한잔 내리신 후 천천히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3대 뇌질환 :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대략 어느정도인지 아실까요? 2024년 기준 1024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 20%가 넘는 굉장한 비율이지요. 초고령사회입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사회(2000년 11월 돌파), 14%가 넘으면 고령사회(2017년 8월 돌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2024년 12월 돌파)입니다. 현재의 인구 추세상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경이 되면 40%수준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초고령사회도 1단계, 2단계 3단계 등으로 더욱 세분화하자는 논의가 있기도 합니다.
노인 질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뇌와 관련한 질환입니다. 신경의 특성상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지만서도) 퇴행의 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고, 관절처럼 갈아 끼우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뇌질환은 전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인과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3대 뇌질환이라고 하면 뇌경색, 뇌출혈 등으로 인한 뇌졸중, 기억과 관련한 퇴행성 질환인 치매, 그리고 뇌의 도파민과 관련한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세 질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뇌와 관련한 질환입니다. 신경계 질환의 특성상 질병 이전으로의 완벽한 회복은 쉽지 않습니다.
- 한방 침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양방 치료와 병행해서 하게 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야 할 최소지식 : 기저핵, 흑질, 그리고 도파민
뇌의 가장 깊은 곳에 기저핵이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과 관련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는데 관여하며, 습관의 형성이나 쾌락, 중독, 보상 등에도 관여하게 됩니다.
기저핵의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는 수의 운동의 시작점이라는 것입니다. 원하는 움직임을 부드럽게 수행하고, 원치 않는 움직임은 정교하게 억제하는 곳이 바로 기저핵입니다.

저자: File:BrainCaudatePutamen.svg: User:LeevanjacksonDerivative work: User:SUM1 – Derivative work based on File:BrainCaudatePutamen.svg,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5845448
기저핵은 도파민이라는 연료로 작동합니다. 도파민은 흑질이라는 곳에서 분비된 후 기저핵의 선조체에서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나이가 들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흑질이 손상되기 시작하고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면서 기저핵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파킨슨병입니다.
그래서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분들은 정상적인 움직임을 하기 어렵습니다. 손이 떨리고, 몸이 뻣뻣해지며, 행동이 느려집니다. 이러한 증상을 운동증상이라고 합니다. 운동증상 외에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 수면장애, 변비와 같은 소화기 문제,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비운동 증상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L-dopa를 중심으로 한 파킨슨병 관리
결국 파킨슨병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이 도파민, 혹은 도파민과 유사한 성분을 만들어 파킨슨병 환자에게 주입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어요. BBB 때문이었습니다.
BBB는 혈액 속의 유해 물질, 분자가 큰 물질이 뇌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그물망같은 구조물입니다. 혈액 뇌 장벽으로 번역합니다. 도파민을 직접 주입하게 되면 BBB를 통과하지 못하여 효과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온 물질이 바로 L-dopa(L도파) 입니다. L-dopa는 도파민의 전구체라서 도파민으로 변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BBB도 통과할 수 있지요. 알약으로 복용도 간편합니다. 1960년대부터 수십년간 사용되어 온 L-dopa는 출시 당시 파킨슨병 치료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효과가 뛰어납니다.
파킨슨병의 각종 운동 증상, 즉 떨림이나 경직, 서동 등의 증상 완화에 있어서 L-dopa는 강력하고 빠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흑질의 퇴행 자체를 막지는 못하지만 도파민을 공급할 수는 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L-dopa도 문제는 있습니다. 우선 5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할 경우 약효가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몸이 저절로 흔들리는 이상운동증 등이 발생할 수도 있구요.
그래서 약물에만 의지하지 않고 추가적인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운동이고 둘째는 침치료입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파킨슨병 환자에게 L-dopa 복용만큼이나 중요한 것, 아니 혹은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입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요. 신체활동은 남아있는 몸의 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이 좋은 이유는 수많은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 걸음걸이가 더 안정적이게 됩니다.
- 균형 감각이 좋아져서 넘어질 위험이 줄어듭니다.
- 근력이 유지되어 일상 생활을 더 독립적으로 오래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뇌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BDNF가 증가하게 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우울이나 불안 등의 비운동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변비나 수면장애 등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운동을 크게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으로 구분한다면 세가지 모두 골고루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유산소 운동 : 약간 숨이 차도록 빠르게 걷습니다. 실내 자전거나 수영 등도 물론 좋습니다.
- 근력 운동 : 평소 잘 사용하기 힘든 근육을 깨우는 역할로 가벼운 아령으로 시작합니다.
- 유연성 운동 : 요가, 스트레칭, 태극권 등 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운동을 병행합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일반적인 운동에 더해, 파킨슨 특유의 증상을 겨냥한 운동도 함께 권해드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LSVT BIG’라고 불리는 큰 동작 훈련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는 움직임이 작아지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팔다리를 평소보다 크고 과장되게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걸음 폭과 동작의 크기를 되찾는 훈련입니다.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운동도 좋습니다. 박싱(권투 동작)이나 댄스처럼 일정한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운동은 균형 감각과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즐겁게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동을 일상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처럼 침치료도 병행해보세요
운동은 내가 내 몸을 움직여서 적극적으로 몸에 자극을 주는 것이라면, 침치료는 외부의 힘을 빌려 내 몸에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침치료도 운동처럼 굳어가는 내 몸에 지속적으로 건강한 자극을 주는 행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일본에서 60개월, 약 5년간 파킨슨병 환자에게 침치료를 한 결과를 정리한 논문에서 발췌했습니다. UPDRS2는 파킨슨 환자의 일상생활 척도입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그래프의 윗부분인 네모 부분은 L-dopa 약물복용그룹, 아래의 동그라미 부분은 약물과 침치료를 병행한 그룹입니다.

https://www.jstage.jst.go.jp/article/kampomed/62/6/62_6_691/_article/-char/en
처음엔 똑같이 4점으로 시작한 환자들의 점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벌어집니다. 약물 단독 복용군의 기울기보다 침치료 병행군의 기울기가 더 낮지요. 즉 둘 다 악화가 되는 것 그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침치료를 함께 한다면 악화가 되는 속도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https://www.jstage.jst.go.jp/article/kampomed/62/6/62_6_691/_article/-char/en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경중을 나타내는 척도인 Hoehn Yahr index도 마찬가지입니다. 침치료 병행군이 약물 단독 복용군보다 기울기가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도, 환자의 증상 정도도 악화를 늦춰주는 효과가 있어요.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neuroscience/articles/10.3389/fnins.2024.1415008/full
위 논문도 한번 살펴볼께요. 2008년부터 2024년까지 나온 파킨슨병과 침치료의 관계에 대한 24편의 논문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논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침치료는 파킨슨병 치료에 잠재력이 있으며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물론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하며 결론을 확정짓기에는 근거가 다소 미흡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논문에서는 침치료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이유로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 침치료는, 특히 전기침치료는 신경 세포의 사멸을 막고 행동 장애를 개선하는데 기여합니다.
- 침치료는 특정 단백질 경로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신경을 보호하고 인지 및 행동 기능을 향상합니다.
- 침치료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 지표를 개선하여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합니다.
- 침치료는 신경세포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글루탐산 수용체를 조절합니다.
- 침치료는 장뇌축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바로잡아주며 신경 염증을 줄여줍니다.
무엇보다 침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안전합니다.

증상 관리를 위해서 침치료를 꾸준히 받아보세요
만약 현재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L-dopa도 복용중이시라면, 증상 관리를 위해 운동과 침치료를 일상 생활에 결합시켜보세요. 꾸준히 운동하고, 꾸준히 침치료를 받아보신다면 증상의 악화 속도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택과 가까운, 자주 가기 좋은 한방 의료기관을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부천 상동 서울한방병원에 내원하신다면 입원의 경우 하루 2회 침치료, 외래의 경우 1회 침치료를 시행합니다. 백회, 곡지, 합곡, 족삼리, 양릉천 등 안전한 혈자리 위주로 편안하게 시술합니다. 한약도 환자의 증상 완화와 변비, 수면장애 등 삶의 질을 낮추는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먼저 권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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